고고유전학자들이 체코에서 발견된 4만5천 년 전 여성의 두개골 등 고대 인류 유골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해 약 4만7천 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인류가 혼혈 관계를 맺은 시기를 밝혀냈다.
두 개의 최신 연구는 현대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혼혈 역사를 재구성하며, 이들이 약 4만7천 년 전을 정점으로 오랜 기간 동안 자손을 남겼음을 보여준다. 이 유전적 흔적은 오늘날 유라시아에 정착한 인류의 유전체에서 여전히 발견된다.
네안데르탈인의 유산
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류가 자손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, 그 시기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논쟁이 지속되었다.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이해를 뒤집지는 않지만, 보다 복잡하고 세부적인 역사를 제시한다.
과학자들은 2,200년에서 4만5천 년 전 사이에 살았던 59명의 고대 인류와 현재의 275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네안데르탈인 DNA 조각을 추적했다. 연구 결과, 약 5만500년 전부터 약 7천 년 동안 두 종족이 혼혈을 이루었다고 발표했다.
또 다른 연구팀은 가장 오래된 인류 유전체를 분석해 약 4만5천 년 전의 어머니와 아기로 구성된 가족의 유전체를 복원했다. 이 가족의 네안데르탈 조상은 약 80세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.
현실과 부합하는 고대의 이야기
콜로라도 대학 볼더 캠퍼스의 인류학자 페르난도 빌라네아는 “네안데르탈인과의 만남이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”며 “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만났을 때 자손을 남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”고 설명했다.
유전체 분석을 통한 시간 여행
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으며, 약 5만~6만 년 전 주요 그룹이 아프리카를 떠나 서유라시아에 정착했던 네안데르탈인을 만났다.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9천 년 전에 멸종했다.
과거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원시적이고 거친 존재로 묘사되었지만,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고대 DNA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의 조상임을 입증했다. 오늘날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의 후손은 유전체에 1~3%의 네안데르탈인 DNA를 보유하고 있다. 이는 피부색, 면역 반응, 아침형 인간 여부 등 다양한 유전적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.
잦았던 혼혈의 흔적
현대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혼혈은 드문 사건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였다. 약 5만 년 전부터 7천 년간 두 종족은 지속적으로 자손을 남겼다.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의 약 20명 중 1명은 네안데르탈인을 조상으로 두고 있었다.
이러한 혼혈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는 유전적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, 많은 과학자들은 중동 지역을 주요 발생지로 추정한다.
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분자세포생물학 교수 프리야 무르자니는 “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지만, 이 데이터는 우리를 5만 년 전의 역사로 안내한다”고 설명했다.
복잡한 인류의 가족사
이번 연구는 인류의 계보가 단일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.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 집단은 단일한 그룹이 아니었으며, 일부는 네안데르탈인과의 혼혈 후 멸종되었고, 일부는 유럽에 도착했지만 현재까지 살아남지 못했다.
결국, 현대 인류의 역사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. 이는 과거의 흔적을 추적하고 인류의 기원을 밝히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다.